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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다 나와 있나요?

김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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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기 다 나와 있나요?

    김향희

    hh2380@hanmail.net


    등장인물
    모범수
    교도관



    테이블교도관 사이에 두고
    교도관과 모범수 마주 앉아있다.


    교도관(서류 보며) 수번 3가 0265, 가석방 신청하셨네요?
    모범수예, 그렇습니다.
    교도관(서류 보며) 1급 모범수로 분류되었고요.
    모범수예, 그렇습니다.
    교도관나가고 싶어요?
    모범수예?
    교도관그렇게 나가고 싶으냐고요.
    모범수아… 예, 그렇습니다.
    교도관왜요?
    모범수…뭐… 나가면 좋지 않겠습니까?
    교도관됐습니다. 가석방 심사 시작하겠습니다. (서류 보며) 죄목이 뭐였습니까?
    모범수아, 예… 그러니까… 근데, 거기 다 나와 있지 않습니까?
    교도관신청인이 직접 말하세요.
    모범수뭘 좀 훔치고… 그게 좀 잘못돼서 사람이…
    교도관절도 및 과실치사 맞죠?
    모범수예… 절도 및… 그거요.
    교도관(서류 보며) 나이는?
    모범수근데 진짜로 거기 다 나와 있지 않습니까?
    교도관신청인이 직접 말하세요.
    모범수서른아홉입니다.
    교도관(서류 보며) 수감 전 직업은 뭐였습니까?
    모범수건설 쪽 일을 좀 했습니다.
    교도관(서류 보며) 신호수… 맞죠?
    모범수…거기 다 나와 있는 거 맞네.

    교도관, 서류를 보던 눈을 들어 모범수를 마뜩찮게 쳐다본다.

    모범수(헛기침하고) 예… 뭐, 공사할 때 도로도 통제하고, 사람도 못 오게 막고, 뭐 그런 거 했습니다.
    교도관본인이 다시 사회로 나갔을 때,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모범수…예?
    교도관본인이 다시 사회로 나갔을 때,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고요.
    모범수아… 글쎄요, 이건 좀… 처음인데요?
    교도관뭐가요?
    모범수방금 제 생각을 물어 보셨잖아요. 여기선 아무도 그런 적 없는데…
    교도관수번 3가 0265. 대답하세요.
    모범수제 생각은 그 종이에 안 적혀 있습니까?
    교도관(짜증내며) 수번 3가 0265.
    모범수잘 모르겠습니다.
    교도관지금 가석방 심사 중입니다. 수번 3가 0265의 대답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숙지하세요.
    모범수그러니까, 제가 현장에 있을 때 말입니다. 그땐 좌측통행을 했단 말이죠. 근데 재작년부턴가 법적으로 우측통행이
    됐다 하더라고요. 평생 왼쪽으로 걸었고, 신호봉도 왼쪽으로 흔들었는데… (호소하듯) 나가면 오른쪽으로 걸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헷갈릴 거 같은데 이거?
    교도관됐습니다. 절도 및 과실치사로 10년 구형 받았죠?
    모범수예, 그렇습니다.
    교도관범행 동기는 뭐였습니까?
    모범수거기 다 나와 있지 않습니까?
    교도관수번 3가 0265!
    모범수죄송합니다.
    교도관제대로 대답하세요. 범행 동기가 뭐였습니까.
    모범수근데 거기 제 이름은 안 나와 있습니까?
    교도관(버럭) 수번 3가 0265!
    모범수죄송합니다.
    교도관마지막입니다. 범행 동기가 뭐였습니까.
    모범수기억이 잘 안 납니다.
    교도관거듭 말하는데, 수번 3가 0265의 대답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숙지하세요.
    모범수술김에 울컥 했었나…
    교도관본인이 교화되었다고 생각해요?
    모범수예?
    교도관본인이 교화되었다고… 그러니까 본인이 좀 바뀌었다고 생각하냐고요.
    모범수아… 글쎄요… 두 번째네요… 내 생각을 물어보는 거 말입니다…
    교도관(버럭) 이봐요!
    모범수도무지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아서…
    교도관수번 3가 0265. 정말 나가고 싶은 거 맞아요?
    모범수예?
    교도관정말 나가고 싶은 거 맞냐고요. 이건 뭐… 얘기가 안 통하니.
    모범수다들 나가고 싶어 하니… 뭐…
    교도관평생 왼쪽으로 걸었는데 나가면 오른쪽으로 걸어야 한다느니, 생각을 물어보는 게 처음이라느니
    두 번째라느니, 지금 이상한 말만 하고 있잖아요. 나가고 싶은 거 맞아요? 가석방 신청은 왜 하셨습니까?
    모범수……
    교도관대답하세요.
    모범수이름이…
    교도관이름이 뭐요.
    모범수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서요.
    교도관……
    모범수본인, 수번 3가 0265,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가석방.





호들모범수 작가소개

 

태그 거기 다 나와 있나요, 김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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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희곡릴레이는 공모를 통해 작품을 접수합니다.상반기와 하반기, 연2회 작품 공모를 시행하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 드립니다. 신진작가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44호   2014-05-07   덧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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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한
오 재밌네요. 마지막에 이름으로불리고싶었단말이 대박이네요

2014-05-12댓글쓰기 댓글삭제

최준호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014-05-14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