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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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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남자, 영화감독이자 교수 (52)
여자, 다방 여자 (22)

무대
지방 어느 구식 모텔 방

시간

철컥. 문이 열리고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가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다. 남자는 문을 닫고 거울 대 앞 탁자 위로 모텔 룸 키와 핸드폰, 담뱃갑을 내려놓는다. 이어 캐리어에서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켠다. 노트북 화면 위로 윈도우 바탕화면이 뜬다. 남자는 한글 문서를 연다. 화면은 하얀 캔버스로 바뀐다.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남자
네, 민 대표님. 저 지금 진주 내려와 있습니다.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글 좀 써보려고요 ... 에이, 기대는 무슨 ... 교수질만 하다 보니까 머리가 굳었어 허허...이번 기회에 맘 잡고 제대로 잘 써봐야지. 여튼 좋은 거 가지고 올라 갈 테니까 술상 차려 놓으세요. 영화제 한 번 가봅시다. 허허 ... 네 .. 그래요 그럼 ..

남자, 전화를 끊는다. 잠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다가 티브이 리모컨을 집어 든다. 방안의 정적이 깨진다. 채널을 돌리던 남자. 성인 채널에서 멈춘다. 남자, 전화기 옆 각 티슈에 적힌 전화번호로 눈길이 간다. 스무 살 수줍은 여대생 다방. 남자, 전화기를 든다.

남자
아 ... 커피 한 잔 시키려는 데요. 여기 시네마 모텔 201호요.

똑똑. 남자, 다가가 문을 열면 스무 살 초반의 젊은 여자가 서있다. 성큼 방 안으로 들어오는 여자. 남자를 지나 탁자 앞 의자로 걸어가 앉는다. 탁자 위로 들고 온 커피 가방을 내려놓는다. 남자는 담뱃갑에서 담배 하나를 빼들고 맞은 편 침대 시트 위로 스륵 앉는다.

남자
대학생?
여자
네.

남자, 담배에 불을 붙인다.

여자
설탕하고 프림 넣어요?
남자
조금만.
여자
그냥 알아서 탈게요.

남자, 찬찬히 여자를 본다.

남자
... 왜 해 이런 일?
여자
돈 많이 주니까요.
남자
학교는? 졸업했나?
여자
(별걸 다 묻는다는 듯) 학교 안 나왔어요.
남자
...
여자
(커피를 건넨다) 여기요.

남자,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신다.

남자
뜨겁네 ...

여자, 손거울을 꺼내 들여다본다.

남자
영화 좋아해?

남자, 작업이라도 하듯 노트북을 가까이 끌어온다.

여자
... 별로.

남자, 잠시 뒤 노트북을 닫는다. 다시 담배를 꺼내든다.

여자
빨리 드세요. 밖에 차 기다려요.

남자, 여자가 가져온 커피 가방을 본다. 커피 잔이 세 개가 들어 있다.

남자
세 잔이나 마셔야 하나?
여자
누가 한 번에 세잔을 마셔요. 그냥 여분이에요. 여분.
남자
(뜨겁지만 서둘러 마신다) 돈 벌어서 뭐해? 따로 하고 싶거나 그런 거 없어?
여자
말했잖아요. 돈 많이 준다고. 따로 하고 싶은 거 없어요.

여자, 손거울을 보며 머리띠를 고쳐 쓴다.

남자
이쁘네 머리띠.
여자
...
남자
반짝이 좋아해?
여자
받은 거 에요 그냥.
남자
이쁘네.
여자
반짝거리는 거 좋아하면 늙은 거래요.
남자
허허. 남자 친구는?
여자
없어요.
남자
아니, 왜 없을까. 이리 괜찮은데 ... 진짜 뭐 꿈 이런 거 없어? 좋아하는 거라도.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여자
몰라요. 없어요. 다 드셨죠?
남자
재미있네 다방 커피. 재미있어. 자주 시켜야겠어.

남자, 다 마신 커피 잔을 내려놓는다.
잠시 여자를 보더니 지갑에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낸다.

남자
(돈을 건네며 온화하게) 뭐라도 목표를 가지고서 해요. 그날그날 쓰지 말구.
여자
아저씨나 잘 하세요.

여자, 가방을 챙겨들고 나간다.

여자
잘 사세요.

철컥. 문이 닫힌다.

남자,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다시 켠다. 가만히 모니터를 쳐다보는 남자. 잠시 뒤, 리모컨을 집어 티브이를 켠다. 아아- ! 아아- ! 홀딱 벗은 남녀가 질펀하게 한 판 벌이고 있다. 남자, 티슈를 집는다.

끝.

호들갑 작가소개
1985년 서울 태생. 어릴 적 충무로의 스카라 극장에서 영화 배급 일을 하시는 할아버지 덕분에 씨네 키드로 성장했고, 만화에 빠져 만화가를 꿈꾸며 그림을 그렸다. 고2때는 낭만주의적 예술가상에 반해 절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자 했으나, 미술학원 선생님의 설득으로 다행히(?)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이후 대학에 들어가 미술학원 강사를 하면서 회화 작가를 꿈꾸다가 연극반에 들어가면서 무대 위의 삶에 눈을 뜨게 되었다. 2011년, 학교를 졸업하고 국립극단에서 조연출을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연극판을 기웃거리고 있다.
2013년 서강대 메리홀과 극단 여행자가 주최한 '청춘단막극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남자>로 연출 데뷔했으며, 이후 <못>,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연출했다. 최근엔 어릴 적 꿈꾸었던 만화를 다시 시작해서 친구와 웹툰 <악의 꽃>을 다음과 네이버에 올리고 있다. (편집위원 오세혁)

 

태그 다방 커피,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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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희곡릴레이는 공모를 통해 작품을 접수합니다.상반기와 하반기, 연2회 작품 공모를 시행하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 드립니다. 신진작가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66호   2015-04-1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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