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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노래를 부르면서 네 명이 들어온다.
모두 아주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상징(직업, 나이, 직위 등)하는 것 같은 복장이기도 하다.
의자는 3개뿐이다. 이들은 의자 빨리 앉기 놀이를 하고 있다.
누군가 ‘앉아!’를 외치면 의자로 달려들어 앉는다.

4가 탈락한다.

4
난 탈락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내가 앉아를 외칠게.
1
그래 좋아.
2
이제부터는 네가 진행하는 거야?
3
그러면 우리 그냥하지 말고 룰을 정하자.
4
어떤 룰?
3
음... 벌칙?
1
난 좋아. 재밌겠는데?
2
그럼 뭐... 나도 좋아. 그럼 벌칙은 뭐로 해?
3
딱밤 맞기?
4
그건 너무 시시하다.
2
그럼 다른 거? 딱밤도 아픈데...
1
뭐로 하지? 뭔가 스릴있고 재밌는 벌칙이면 좋을 것 같아.
3
그러면 엉덩이로 이름 쓰기.
1
그건 완전 너무 시시하다.
2
그래 네 이름 따위 엉덩이로 쓰지 않아도 알아.
4
그럼 이건 어때?
1/2/3
뭔데?
4
손가락 자르기.
1/2/3
손가락 자르기?
4
응 손가락 자르기. 앉지 못하면 손가락을 자르는 거야.
1
말도 안 돼. 손가락을 자르면 어떻게 해?
2
그래. 그건 좀 심하다.
3
그냥 딱밤 맞으면서 엉덩이로 이름 쓰기 하는 건 어때?
4
왜? 손가락 정도는 잘라줘야 할 만하지 않아? 그래야 스릴도 있고, 게임에 박진감도 넘치고, 좀 진지하게 게임을 하지.
2
(사이) 음... 그래...
1
(사이) 그렇긴 해. 그냥하면 심심해.
3
(사이) 그래? 그럼 어떤 손가락?
4
앉은 사람이 정하는 걸로 하자.
3
오! 무섭다.
2
완전 긴장 되는데.
1
후! 해보자.
4
못 앉으면 진짜 자르는 거다! 모두 동의하지?
1/2/3
좋아!
4
그럼 내가 칼을 가져올게.
2
칼?
4
그래야 자르지.
3
야... 진짜로 하는 거야?
4
왜 그래. 하기로 해 놓고. 장난쳐?
3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칼까지 갖다놓고...
1
가져와. 진짜 눈앞에 칼이라도 보여야 긴장 하지.
2
오케이! 놀아보자.

4, 칼과 도마를 가지고 나온다.
의자를 두 개 남겨놓고 하나를 빼 놓는다.

4
자 칼은 여기다 둘게. (칼을 도마에 꽂아 남은 의자에 놓는다.) 모두 의자에서 세 발짝 떨어져. 탈락자 손가락은 내가 자른다.

1, 2, 3 긴장한 상태로 의자에서 세 발씩 떨어진다.

4
노래 시작!

1, 2, 3, 4 모두 노래를 부른다.
1, 2, 3은 의자 주변을 돌기 시작한다.
꽤 오랜 시간 의자를 돈다.

4
앉아!

1, 2, 3 모두 재빨리 몸을 던져 의자에 앉으려 한다.
결국 3이 앉지 못한다.
1과 2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4
(3에게) 탈락!
3
아... 안 돼...
1
휴... 완전 쫄았네. 긴장감 장난 아니다.
2
나도...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 이제 우리 둘 남았네.
1
유후! 결승이다!
4
(1, 2 에게) 자 어떤 손가락 자를 거야?
3
뭐?
1
왜 그래... 장난으로 하는 거지.
2
그래. 게임 재밌게 하려고 한 거지 진짜 손가락을 어떻게 잘라.
4
야! 장난이 어디 있어? 지금 장난해? 룰을 정했으면 지켜야 할 거 아냐.
3
에에에... 야! 장난이지. 이거 장난이잖아. 너 장난이 너무 심하다.
2
그래 너무 심해. 장난 그만 하자.
4
아! 진짜 어이없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 너희들 왜 이래? 정말?
3
아이. 장난치지 마. 야. 이런 걸로 손가락 자르면 남아나는 손가락 하나도 없겠다.
4
너 대충 말로 때워서 무마하려 하지 마. 이런 사소한 게임에서 약속도 지키지 않으니까 신의가 바닥에 떨어지는 거야.
3
너, 나한테 악감정 있냐?
4
아니 전혀. 너야말로 나한테 악감정 있어? 난 그저 공정하게 룰을 지키려는 것뿐이야. 아니면 처음부터 룰을 정하지 말았어야지. 이제 와서 왜이래?
3
(1, 2에게) 얘들아. 쟤 좀 말려. 웃자고 한 얘기를 죽자고 달려들어.
2
그래 그만 하자. 좀 심하다.
1
아니야. 쟤 말도 일리가 있어. 룰은 룰이잖아.

정적...

3
(사이) 넌 또 왜 그래? 진짜 자를 거야? 내 손가락?
4
당연한 거 아니야? 약속은 약속이고 룰은 룰이니까.
2
(1에게) 너 갑자기 왜 그래? 얘가 뭐 잘못했어? 이건 그냥 게임이잖아.
1
그래. 게임이니까 지키라고. 그냥 게임이니까. 그냥 게임인데 왜 안 해? 룰을 일방적으로 정했어? 다 같이 동의 한 거잖아.
4
우리는 룰을 지킬 뿐이야. 오히려 이상한 건 너야. 왜 약속을 어겨? (2에게) 너도 그래. 너도 동의 한 룰이잖아. 왜 너도 지키지 않으려고 하지?
1
사소한 것부터 지켜야 큰 것도 지켜지는 거지. 안 그래?
4
아주 쉬워. 넌 게임에서 졌고, 우리는 약속한 룰을 지키면 되는 거고.
3
(화를 내며) 장난 좀 그만해.
1
넌 내가 장난으로 보여?
2
미쳤어? 그깟 게임 룰 지키겠다고 사람 손가락을 잘라?
4
너야말로 미쳤어? 그깟 게임 룰이라니? 이건 신의의 문제야.
3
내 손가락을 자르는 게 신의를 지키는 거야?
1
당연하지.
2
누구에 대한 신의인데? 이게?
4
우리 모두!
1
우리 모두에 대한 신의!
3
미친 새끼들! 그만해.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몰래 카메라도 이렇게는 안 해.
4
몰래 카메라는 이렇게 안하지. 그건 몰래 카메라니까.
1
하지만 이건 몰래 카메라가 아니야. 그리고 이제 우리 모두의 신의에 대한 모독은 그만해 줬으면 좋겠어.
2
하지 마! 신의고 나발이고 너희들이 말하는 것에 난 동의 못해. 그러니까 당장 그만둬.
4
그럼 넌 빠져.
1
우리 둘이면 충분 할 테니.

1, 4가 3에게 달려든다. 옥신각신하면서 팔을 잡는다.
2가 필사적으로 말리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3은 1에게 팔이 잡혀 도마 위에 손가락이 놓여진다.

4
어떤 걸 자를까? 너희 둘이 정하는 손가락을 자르기로 했으니까. 빨리 정해줘.
2
그만해!
4
넌 가만히 있어. 계속 말하지만 우린 룰을 지킬 뿐이야.
1
난 가운데 손가락이 좋은데. 얘가 너무 길어서 옆에 있는 손가락들하고 맞춰줘야겠어. (2에게) 너도 괜찮지? 가운데 손가락.
2
미친 새끼. 난 동의 못해.
4
됐어. 어차피 네가 그래도 난 룰을 따를 테니까. (1에게) 가운데 손가락?
1
응. 가운데 손가락
3
하지 마! 저리 비켜!
4
꽉 잡아. 우리 룰은 하나만 자르면 돼. 난 룰을 어기고 싶지 않아. 그러다 다른 손가락도 잘린다.
1
가만히 좀 있어. 힘들다고.
3
미친 새끼들 놔! 놔! 놓으란 말이야!
4
손가락 흔들린다. 조심해 나도 처음이라 어떻게 될지 몰라. 자른다!
2
그만 둬!

4가 도마 위로 칼을 내친다. 3의 손가락이 잘려나간다.
3은 자신의 손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나뒹군다.

4
휴... 힘들다. 그러게 얌전히 있으면 힘도 안 빼고 좋잖아. 내가 다른 손가락 자르진 않았지?
1
응 아주 깔끔하게 가운데 손가락만 잘랐어. 너 처음 맞아?
4
처음이지. 어디서 사람 손가락을 잘라봤겠어?
2
(3에게 가서) 괜찮아? 이걸로 감싸. (손수건을 꺼내 손가락을 지혈한다.)
3
(고통스럽게) 아... 아파... 내 손가락...
2
이런 미친 새끼들. 진짜 자르면 어쩌자는 거야! 너 네들이 사람 새끼야? 이게 정상으로 보여? 이 개새끼들아!
4
말이 심하잖아. 개새끼라니. 우리가 뭘 잘못했어? 잘못은 네가 했잖아? 너도 룰을 어긴 거야. 선택을 하는 룰 말이야.
1
이게 정상이야. 우리는 룰을 지켰을 뿐이라고. 그게 뭐가 나빠? 게임의 룰을 지킨 우리가 정상이 아니면 뭐가 정상인데?
4
그만 하고 의자나 하나 빼자.

4는 두 개의 의자 중 하나를 뺀다.

1
이제 마지막인가?
2
또 하자고? 난 안 해. 아니 못 해! 너희 같은 미친 새끼들하고 더 이상 상종하고 싶지 않아. 난 갈 거야.
3
(일어서며)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마지막 게임은 해야지.

정적...

4
그래 이제 너도 신의를 지키겠다는 거지?
3
다음은 내가 자르겠어.
4
오! 좋아. 다시 룰을 정하자. 이번엔 어떤 손가락이...
3
파이널이니까. 좀 더 크게 가자고. 손목!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는 최후의 승자가 정해.
1
좋아. 해 보자고. 의자도 하나. 승자도 하나.
2
그만해. (3에게) 너도 돌았어? 이성을 찾아!
3
아니 멀쩡해. 손가락이 하나 날아가니까 정신이 번쩍 드는데? 게임은 계속 돼야지.
4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궁금한데.
2
난 안하겠어. 이 미친 게임은 이제 그만 하겠어.
3
안 돼지. 최종 결승까지 간 사람이 이렇게 빠지면 시시해서 못써. 준결승에서 탈락한 내가 (잘린 손가락을 보여주며) 억울해서 용서가 안 돼.
1
마지막 한 판이야. 빨리 끝내자고. 룰은 룰이고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까.
4
자! 의자에서 세 발짝 떨어져.

1이 먼저 의자에서 떨어진다.
2는 한참을 망설인 후.
결국 의자에서 세 발짝 떨어져 게임에 동참한다.

3
노래 시작!

1과 2가 의자 주의를 돈다. 노래는 점점 커져간다.
네 사람은 노래와 함께 광기에 사로잡힌다.

4
앉아!

1, 2가 의자로 달려든다.
암전.
막.

호들갑 작가소개
78년 생 말띠. 사수자리. 조증에 가까울 정도로 늘 상태가 업(up)되어 있다가도 실연당하면 한도 끝도 없이 내려가 바닥을 치는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고 있다. 고딩때 만난 연극을 지금까지 하고 있으며 죽을 때까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짜릿해 잠 못 이룰 지경이다. 그 밖에 그림그리기, 글쓰기, 만들기, 달리기, 춤추기 등 다양한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지만 특별하게 성과를 거둔 건 아직 없다. 내년엔 엄청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중이고 '친구네 옥상'이란 팀에서 함께 하는 이들과 세상을 집어 삼킬 꿈을 꾸고 있다. 세상이 우습고, 만만하고, 두려울 게 없는 철부지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왠지 작아지는 바보이기도 하다. (편집위원 오세혁)

 

태그 의자,한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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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희곡릴레이는 공모를 통해 작품을 접수합니다.상반기와 하반기, 연2회 작품 공모를 시행하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 드립니다. 신진작가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68호   2015-05-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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