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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끝(U_D_UU_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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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A
B
C
곧 끝이다.
A
B
끝이다.
A
기뻐
B
슬퍼
C
A,B
끝이다.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다.

A
땅으로 꺼지는 게 아니었나?
B
아 다행이다.
A
싫어
B
좋아
C
이렇게?

C는 동아줄을 잡고 올라가려고 애쓴다.
그러나 올라갈 수 없다.

A
땅으로 꺼지는 게 아니었나?
B
다행이다.
A
싫어
B
좋아
C
어떻게?

A는 대오를 이탈하여 바닥을 살피기 시작한다.

B
아마 기다리는 거겠지.
C
어떻게?
B
이렇게.

B는 동아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는다.
A는 바닥에 바짝 누워있다.

A
진동이 느껴지질 않아.

C는 바닥에 귀를 대고 느껴본다.

C
아무것도.

C는 일어나서 동아줄을 당겨본다.

C
아무것도.

A는 서서히 몸을 떨더니 바닥에서 등이 들썩거릴 정도로 격렬하게 움직인다.
C는 누워서 A를 따라한다.
A는 잠시 후 서서히 동작을 멈춘다.

A
분해되고 싶어.
C
뭐였지?
A
아무것도. 분해되고 싶어. 끝이라면.
C
곧 끝.
A
밟아줘.

C는 일어나 A의 팔을, 어깨를 배를, 허벅지를 발등을 밟는다.
A는 좀 더 널브러져 본다.

B는 눈을 뜨고 일어나 허리에 동아줄을 묶는다. 그리고 공중에 눕듯이 매달린다.

B
벗어나고 싶어. 위로.
C
위로.

B는 몸을 뒤튼다. 동아줄이 흔들려 그네처럼 움직인다.
C는 B를 밀어서 진동을 크게 만든다.

C
위로
B
위로
C
위로
B
위-로-

B는 큰 호를 그리며 빠르게 진동한다.

B
무서워.

C가 밀기를 멈추자 B는 다시 땅에 가깝게 매달린다.

B
제발.

C는 매달린 B를 발판 삼아 올라선다. 동아줄을 잡고 더 올라가려고 애쓴다.

B
아아아아아아.
C
위로
B
제발.

A가 일어나 C를 끌어내고 B를 풀어준다. B는 지쳐 바닥에 널브러진다.

B
A
C
B
A
곧 끝이다.
C
C/B
끝/ 정말?
A
아래로
B
무서워

C는 바닥에 귀를 대고 살펴본다.

C
아무것도
B
딱딱해.

A는 바닥의 흙을 파내기 시작한다. B, C도 동참한다.

A
깊게
C
더 깊게

작은 웅덩이가 생긴다. A 가 얼른 누워 몸 위로 흙을 덮는다.

A
아래로
C
이렇게?
A
깊게
C
더 깊게
B
무서워

B는 무섭다고 하면서도 돕는다. 중간중간 동아줄로 가서 줄을 당겨본다.
A가 얼굴까지 다 묻힌다.

B와 C는 A를 지켜본다.
잠시 후 흙에 균열이 생기며 A의 얼굴이 드러난다.

A
푸후.. 숨막혀.
C
아무것도?
A
아무것도
B
제발.
A
무서워.

A는 흙을 헤치고 일어난다. 그리고는 동아줄 아래 서서 동아줄의 윗부분,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랫동안.

B와 C도 A에게로 다가와 같은 곳을 바라본다.
오랫동안.

A
위로?
B
위로!
C
좋아?
A
싫어

침묵

A
날 올려줘
B
어떻게?
A
이렇게.

A는 B와 C를 나란히 세우고, 동아줄을 의지 삼아 그들의 몸을 타고 오른다.
B와 C 각각의 어깨를 밟고 줄을 잡고 선다. B, C는 관객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고, A는 관객을 마주보고 있다.

B
더 높게?
A
높게
C
더?

B와 C는 안간힘을 다해 몸을 세워서 A를 올린다. 거의 깨금발을 짚는 수준이다. 둘은 부들부들 떤다.

B
이렇게?
A
더 높게.
C
숨 막혀.

A는 동아줄을 잡고 자신의 목에 걸어 묶는다.

A
B
C
A
C
곧 끝이다.
A
B
끝이다.
A
기뻐
B
슬퍼
C
하지만
A
어쨌든
A,B,C
끝이다, 씨발.

B, C는 A의 행동을 보지 못하고 끙끙대며 A를 떠받치고 있다. A는 줄을 목에 걸어 묶은 후에, 발을 바둥거린다. 그러나 B, C가 손으로 어깨에 얹은 발을 잡고 있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B, C는 상황을 파악한다.

A
날 놔. 그럼 끝.
B
싫어
C
어떻게 해
A
아래로
B
위로
C
이렇게?

A는 몸의 힘을 빼기 시작한다.

A
분해되고 싶어.
B
제발
C
무서워

B, C의 부들부들 거리는 등을 그곳에 내버려두고 조명 out

※ 본 희곡은 ‘10분희곡릴레이’ 독자 투고를 통해 게재된 희곡입니다.

호들갑 작가소개
일단 연극 연출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학부에서는 미학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시나리오, 소설, 희곡을 쓰는 세 사람이 모여 PHYG(Physical Gravity)라는 팀을 결성하고 일주일에 하나씩 글을 뱉고 있다. 희곡에서 중력, 척력, 핵력과 같은 물리적 힘과 인간관계의 역동을 연결해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짧고 반복적인 대사를 가지고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데에 재미를 느낀다.

 

태그 10분희곡릴레이,그럼 끝,권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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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희곡릴레이는 공모를 통해 작품을 접수합니다.상반기와 하반기, 연2회 작품 공모를 시행하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 드립니다. 신진작가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73호   2015-08-0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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