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대통령이 오시네

김보현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Bye, June

    김보현

    areyouhappynow7@gmail.com


    인물
    A(건설노동자)
    B(심리치료사)
    대통령(소리)

    장소
    성당 안

    줄거리
    어느 지역에서 건설회사의 부실 공사로 붕괴 사고가 일어나 여러 사람이 다쳤다. 그 건물은 그 지역에서 가장 큰 ‘최고건설’회사에서 공사를 시행하였는데 오늘은 그 행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지역성당에서 집회가 열린다. 대통령은 오늘 오후 이 추모 행사를 위해 ‘잠시’ 방문할 예정이고 건설사에서서는 이 행사에 방문할 인부로 A씨를 보낸다. A씨 이외의 사람들은 회사가 입막음하기 위해 사는 저녁을 먹으러 가고, A씨는 그런 ‘행운’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B씨는 심리상담가로서 자신의 영욕 외에는 관심이 없다. B씨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의 연구 사례뿐이다. B씨는 ‘무언가에 절대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들’을 연구하기 위해 매일 오후 2시 미사에 참석하여 기도하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B씨는 생계를 위해 가끔 자신이 원하지 않은 일을 의뢰 받아 처리하나 그것을 신경질적으로 싫어한다.

    주제
    큰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열심히 내고 있지만 소통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그 사건의 처리 희생자가 되고, 누군가는 여전히 자신의 삶에만 관심을 가지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엔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언어조차 진실을 전달하지 못합니다. 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고요하게 침묵하고 있는 죽은 사람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장

    성당 안.
    B는 성당 안에서 기도를 드리는 척 하며 여기저기를 살핀다.
    B, 수첩을 꺼내 적는다.

    B :4월 29일, 사례연구 475일 째, T. S 앨리엇이 말한 잔인한 4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남긴 채, 내 연구도 막바지에
    이르렀군. 2명의 사례만 더 채우면 드디어 <정신분석학>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겠군.
    ‘불안의 리비돌로지의 망상 적 전이’- 제목도 멋지군.
    이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만 남았어. 그러면 이런 돈을 벌기 위한 지긋한 짓거리들 을 하지 않아도 될 테지.

    B, 두리번거린다.

    B :그런데 왜 그 사람은 오질 않지? 다른 사람들도. 오후 두 시 미사에 오는 사람들의 리비도의 변증법을 검증해 볼
    수 있는 최고의 임상 실험자들인데. 주로 현상적 수준에서 심연에서 솟아나는 근거 없는 상실감과 허망함의 무수한
    순간들을 극복하기 위한 행위들을 행하는.

    A, 성당 안으로 들어온다.

    B :건설회사 재킷을 입은 남자! 저 남자다.

    A가 B옆에 앉는다.

    A :벌써 15분이나 지났군. 옆으로 좀 비켜주실 수 있소?
    여기가 단상에서 그나마 안 보일 듯하니 같이 앉읍시다.
    B :미안합니다. 저는 일행이 있어서요.
    또 저는 거리를 두고 사람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A :당신 변태요? 아니 왜 성당에 와서 누굴 지켜봅니까. 아, 비키시오. 기분도 더러운데.
    B :이 사람이 어디서 사람한테 시비야. 당신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에흠… 흠. 아무튼 여기는 어제도, 그제도, 3일전에도, 일주일전에도 내 자리였으니 비켜줄 수 없습니다.
    A :성당 안에서 내 자리 네 자리가 어디 있습니까!
    B :당신! 나한테 이러면 별로 좋지 않을 텐데.
    A : 뭐 당신이 대통령이나 되요?
    아, 됐소이다. 됐소. 가뜩이나 그 많은 인부 중에 내가 여기에 오게 돼서 정말 짜증나니깐!
    이게 다 그 젊은 놈의 과장 새끼 때문이야! 낙하산 주제에…
    B :당신, 회사를 싫어하죠?
    A :무슨 소리요, 이 도시에서 우리 회사가 짓지 않은 건물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시오.
    나는 그 뿌듯함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오.
    B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사실대로 말해 봐요. 회사를 싫어하죠?
    A :아니라니깐! 근데 당신, 누구요?
    B :(당황하며) 오후 미사를 드리러 왔을 뿐이에요.
    A :여기 사람이 아닌가보군.
    B :저는 이 지역에서 476일 째 살고 있습니다.
    A :당신 혹시… 살인범이요? 어디선가 쫓겨나 방 안에 처박혀 있다 오늘 처음 나온 사람처럼 날짜를 기억하고 있군요.
    아무튼 오후 미사는 없소.
    B :아닙니다. 당신이 틀렸습니다. 오후 미사는 늘 두 시에 열립니다.
    당신도 미사를 보러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A :내가요? 나는 오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왔을 뿐이에요.
    B :네? 당신이 성당에 온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는 당연히 미사를 드리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나의 지식적 오류에 빠져버렸군! 미안합니다.
    아무튼 미사 행사는 곧 시작됩니다. 오후 두시의 미사는 가장 신실하게 기도를 드리는
    신자들이 오므로 미사가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A :(B의 눈앞에 손을 흔든다) 장님이슈? 오늘 대통령이 이곳에 일어난 건설 사고로
    인해 죽은 학생들을 추모하러 오는 길이라 오후 미사는 없소. 입구의 안내문 못 보았소?
    B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나는 미사 보는 사람이 필요해요. 무언가에 절실하게 기도하고 있는 사람, 딱 2명 만
    있으면 돼요. 물론 회사를 싫어하는 당신도 필요해요! 내일이 모든 것의 마감이라고요!
    A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사람들이 미사를 드리러 오지 않는다고요.
    오늘은 우리 회사의 건물 붕괴 사고로 인한 추모 행사가 있을 뿐이오. 그래서 난 회사 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있는 회식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여기에 왔소. 르네 뭔가 하는 호텔에서 우리 인부들에게 엄청 비싼 뷔페를 사준다고
    했어요. 입단속들 하라는 의미겠지만 그래도 그 호텔 음식은 일생에 있어 한번 먹어볼까 말까한 기회인데!
    제길, 당신은 그 호텔에 가보았소?
    B :아니요,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음. 그렇다면 지금 여기엔 당신밖에 없다는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당신에 대한 것만 집중하도록 하죠. 당신을 두렵게 하는 것은 무엇이죠?
    A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A, 자리를 떠나려 한다.

    B :잠깐만요. 가지 말아요. 난 꽤 타당한 질문들을 당신에게 던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당신이 내게 한 말들은 모두
    당신이 어떤 대상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당신이 뱉은 첫 마디는 ‘벌써 15분이나
    지났군, 제길’이었어요. 시간의 흐름에 대해 그런 초조함을 갖는다는 건 두려워하는 대상이 있다는 걸 의미 합니다.
    그것은 당신이 곧 그 두려움을 분노로 폭발하려하는 내재된…
    A :(시계를 보며) 아, 지금쯤 동료들은 미친 듯이 먹고 놀고들 있을 텐데, 행사가 지연되니 내입으로 하나라도 들어가긴
    글렀군. 하필 그 많은 사람들 중 제비뽑기에서 내가 걸리다니! 운도 없지.
    B :당신! 당신은 회사를 싫어합니다. 맞죠?
    A :당신 뭐야? 왜 계속 나한테 싫어하냐고 물어? 당신 어디서 나왔어? 과장 새끼가 보냈어?

    A가 B의 멱살을 잡고 재킷을 뒤진다. B가 필사적으로 반항한다.

    B :이거 놔! 당신 손 씻었어? 안 씻었으면 얼른 놔. 놓으라고!
    내 와이셔츠는 오늘 아침 살균 스프레이로 항균처리를 하고 왔다고.

    A가 손을 놓는다.

    A :어휴. 완전 정신병자구만!

    A가 고개를 저으면 자리를 떠나려 한다.

    B :잠깐만요. A씨, 난 당신과 이야기가 필요해요. 당신이 회사를 싫어한다는 걸 난 알아요.
    난 이 분야에서 꽤 유능하다고요. 자 봐요.
    당신은 회사, 그 다음엔 살인범, 그리고 대통령, 마지막엔 음식을 차례로 언급했어요.
    당신이 하나의 시니피앙과 다른 시니피앙의 간극 속에서 대상 α를 추출하여 표상될 수
    없는 상실된 대상을 충동의 곤강 속에서 ‘하나’로 봉합한다는…
    A :이봐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만 좀 하시오.
    당신 헛소리 때문에 가뜩이나 배고픈 게 더 심해졌소.
    B :당신은 계속하여 먹는 것을 언급하는군요. 당신의 리비돌로지는 음식인 것이 분명해요.
    당신은 그 내적 대상을 통해 타자와의 관계를 리비도적 공간으로 구성하고 그 대상을 비표상적 α로 만든 후…
    A :곧 행사가 시작될 모양이오. 이제 일어나야 해요!
    (혼잣말) 아참, 옷을 벗어야지. 사람들이 이걸 보면 내 멱살을 잡거나 계란을 던질지도 몰라.

    성당, 종이 울린다. 사람들이 밀려들어온다. 조용하던 성당 안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B, 품안에 있던 노트를 꺼내 무언가를 적는다.

    A, 노트에 무언가 적고 있는 B를 본다.

    A :이제 그만 좀 일어나라고!
    B :무의식의 구조화된 언어와 충동의 문법이 접속된 명령1.

    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진다.

    A :(시계를 보며) 30분이나 지연됐잖아!

    A, B를 일으키며 다시 말한다.

    A :대통령이 오신다고요, 얼른 일어나요. 얼른.
    B :날 건들지 좀 말라고!

    B, 노트에 다시 무언가를 적는다.

    B :재현의 공간 속에서 응시와 욕망의 원인으로서 자신의 경제 안에서 이루어지는 명령2.

    성가대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B :이 사람은 회사 리포트 말고 라캉 이론에도 넣어야겠어. 딱 맞는 건 아니지만…
    사례199, 성당에 온 남자, 처음 회사를 언급하고 그 다음 살인범… 음식을 중요시 하게
    언급했다. 그리고 2가지의 언어로 내게 명령함. 시각의 장이 응시를 지우고 청각의 장
    이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것에 기초한 이것은 망상적 전이와 전이의 전제로서의 거세가 시작된 것 같고…

    A가 누군가가 던진 밀가루에 맞는 바람에 B도 같이 밀가루를 뒤집어쓴다.

    B :으악! 이게 뭐야. 아악
    엄마아-

    B, 얼굴에 묻은 밀가루를 신경질적으로 털어낸다.

    B :이래서 엄마가 어렸을 때 공부 못하는 애들하고 놀지 말랬는데. 이렇게 무식한 짓거리의
    피해자가 되다니! 여보시오! 난 학자요 학자. 곧 짤릴 이 노동자와는 완전 다르다고…
    A :뭐라고? 무식하다니! 무슨 소리야. 정신병원에서 막 나온 것 같은 네 놈이야 말로 이
    밀가루 세례를 받아야 정신을 차리지

    A가 자신의 몸에 붙은 밀가루를 B에게 마구 묻힌다.

    B :으 이거 어떡해. 이거 유기농 밀가루도 아닐 텐데. 이거 농약 투성 아니야? 엄마아-앙
    A :완전 미친놈이구만!

    B , 울먹이며 A씨가 말한다.

    B :A씨는 대상 α를 향한 누군가의 ‘행위화’를 실행하였다. 신경증자의 이러한 ‘선택’을 병리적 이유에서 발생한 의도되지
    않은 폭력으로 봐야할까? 아님 시니피앙으로 인한 주체를 주이상의 대상으로 변질시킨, 즉 자신이 있는 곳으로부터
    그가 단지 주체의 위상 속에서 근본적으로 역사 화된 주체로서 신경증적 전이를 보이는 A씨는 지속적 근무에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당신, 들었어? 들었냐고? 당신 이제 짤렸어.
    회사에서 당신에 대한 ‘해고 리포트’의 정당성의 이유를 나한테 의뢰 했다고!
    A :당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네! 너 같은 놈의 그런 이야기 때문에 내가 짤린다면 차라리 짤리는게
    나을지도! 어차피 뷔페 명단에서 짤린 거 보면 곧 쫓아낼 텐데 뭘!

    그 사이 큰 음악소리, A는 그 사이 아까 벗어놓은 옷을 들고 한쪽 주머니에서 매직을 꺼내 가슴에 박힌 최고건설 글자를 지우고, 그 옷으로 얼굴을 가린다. 음악 소리가 퍼지는 가운데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된다.


    대통령 :모든 국민을 대신해 이 지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건설 사고의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깊고 진심어린
    애도를 표합니다.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다 같이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A, 얼굴을 여전히 가린 채 박수를 치고 있고 B는 훌쩍거리며 계속 수첩에 무언가를 적는다.

    B :불안의 리비돌로지의 망상적 전이’, 연구 종료일, 4월 29일. 실제 사례 연구 198 아니 A씨 포함 199명, 논문게재를
    위해서는 반올림하여 200명- 전이의 출발점이 대상의 자신도 모르는 어떤 지식의 시니피앙의 연쇄 속에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시작, 증상 배후에 숨어있는 억압된 시니피앙 너머의 실재를 대상 자체에게 가리켜 보여주기 위한 일련의
    연구과정으로써…

    성가대 소리와 음악 소리가 퍼져나간다. 계속되는 B의 말과 A의 박수 소리가 그 소리에 묻힌다.






작가소개

 

태그 대통령이오시네, 김보현, 10분희곡릴레이

목록보기

10분희곡릴레이는 공모를 통해 작품을 접수합니다.상반기와 하반기, 연2회 작품 공모를 시행하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 드립니다. 신진작가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47호   2014-06-18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