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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양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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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날

    양정현

    yang2140@hanmail.net



    남자는 연극배우다. 연습이 끝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는 길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표지판에 몸을 기대어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하는 중이다.

    남 자(핸드폰을 보며) 에이 병신, 또 이 지랄이네.. 이 정도면 얘 이거 병 아니야?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에휴..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하고는.. 이래서 어디 먹고 살 수 있겠어? (계속 핸드폰을 보다 잠시 멈춘다.)
    이런 세상에 연극은 무슨 연극.. 아.. 그냥 다 때려치고 치킨 이나 팔까.. (사이) 하긴, 치킨가게 열 돈이 있으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겠냐.

    남자 앞으로 모르는 여자가 다가온다.

    여 자혹시..
    남 자누구..

    남자와 여자, 서로 빤히 쳐다본다.

    남 자(매우 당황한다) 아!! 아... 어... 음... 잘 지냈어? .... 오랜만이다...
    여 자응, 나야 뭐 똑같지. 넌 어때? 잘 지냈어? 가끔 SNS로 소식 보긴 했는데.
    남 자뭐, SNS에서 보는 그대로 잘 지내고 있어. 넌 어때? (사이)

    여자는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

    남 자아, 사실... 헤어지고 너 차단했거든.
    여 자(웃는다) 아 진짜? 하긴, 그래도 됐겠다. 너한테는..
    남 자웃기냐? (사이) 알긴 아네. (사이) 니 소식을 계속 보다간 내가 못살 것 같았거든. 물론, 지금이야 너무 말짱해서 문제지만. 어떻게, 남자친구는 생겼어?
    여 자응, 생겼어.
    남 자이야...
    여 자넌?
    남 자보시다시피, 아직.
    여 자(웃으며)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 직업이 한의산데, 나한테 너무 잘해줘.
    남 자(사이) 잠깐, 나한테 그 남자의 직업을 왜 얘기 하는 건데?
    여 자아니, 그냥..
    남 자자랑하는 거야? (사이) 왜?

    남자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고, 여자는 남자의 시선을 피한다.

    남 자하긴, 나 군인이라고 그것도 100일 휴가 나온 군인을 뻥! 하고 찼으니.. 그것도 휴 가 첫 날!
    여 자(사이) 미안..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아니었구나.
    남 자그걸 이제 알았니?

    여자와 남자는 아무말 없이 어색하게 서 있다.

    여 자버스온다. 나 갈게. 다음에 또 보자.
    남 자한의사랑 잘 살길 바래.

    여자는 대꾸하지 않고 버스에 올라탄다.

    남 자에이, 뭐야. 기분 더럽게. 아니, 지금 지 남친 직업을 왜 나한테 얘기하는데? 왜. 왜 하는건데 왜.
    자랑하는 거야 뭐야, 에이.. 짜증나!

    남자가 타야 할 버스가 온다. 남자는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꼽는다.
    버스는 계속해서 달리고 여러 정류장을 스쳐 지나간다. 버스가 어떤 한 정류장에 멈춰 섰을 때, 남자는 무심코 창밖을 본다.

    남 자어? 어!!! 혹시? 쟤??

    남자는 창밖에 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여자는 눈을 피한다.

    남 자아, 아저씨! 잠깐만요!

    남자는 급하게 버스에서 내린다.

    남 자저기 혹시..
    여 자(사이) 어.. 오빠, 안녕.

    남자와 여자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남 자잘.. 지냈.. 어?
    여 자보시다시피, 잘 지냈어.
    남 자(사이) 와.. 아직 여기 사는구나. 나도 아직 거기 사는데..
    여 자응, 아직 여기 살아.

    남자와 여자는 아무런 말이 없다.

    남 자학교는 졸업했어? 너 대학 어디 갔더라?
    여 자K대. (사이) 졸업하고 지금은 외국에서 공부중이야. 지금은 잠깐 들어와 있는거구.
    남 자아, 너 유학 갔다는 소식은 어떻게 들었는데.. (사이) 어떻게, 유학생활은 할만 해?
    여 자응 재밌어. 할만해.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남 자거기서 무슨 공부해?
    여 자경영학
    남 자우와, 대단한데? (사이) 어느나라에 있는거야? 미국? 유럽?
    여 자미국. 뉴욕. 뉴욕 주립대.

    남자는 모든 질문을 빼앗긴 기분이다.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여 자오빠는? 계속 연극해?
    남 자응, 지금 공연 준비중이야.

    남자는 가방에서 초대권과 리플렛을 꺼내어 여자에게 준다.

    남 자혹시 시간 괜찮으면 보러와.
    여 자응. 고마워.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남 자남자친구는... 생겼어?
    여 자아, 응.
    남 자뭐하는 사람이야?
    여 자그냥 같이 외국에서 공부하다 만났어.
    남 자외국사람?
    여 자응.
    남 자아.. 그렇구나.. (사이) 아니, 그냥 궁금해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여 자오빠가 그렇게 나 차버리고..
    남 자아.. 어..
    여 자아니, 그냥 사실 어떻게 사나 궁금했어. 그런데 이렇게 만나네. 어쨌든 반가워.
    남 자응. 나도. (사이) 어디 가는 길이야?
    여 자교회
    남 자이 시간에?
    여 자철야예배.
    남 자아, 오늘 금요일.. 맞아, 너 금요일 밤에는 항상 교회가야 된다고 그랬었는데..

    버스가 온다.

    여 자버스 온다. 티켓 고마워. 시간되면 보러 갈게.
    남 자응, 조심히 가.

    여자는 버스를 타고 간다. 남자는 정류장에 혼자 남는다.

    남 자날 찬 여자를 만나지 않나.. 내가 찬 여자를 만나지 않나.. 그것도 같은 날!! 오늘 무슨 날인가.. (사이)
    인과응보랬으니.. 그런가보다.

    버스가 온다. 남자는 버스를 타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꼽는다.

    남 자(핸드폰을 보며) 와, 대박. 졸라 이쁘다. (사이) 아..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왜. 잘 하는게 하나도 없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사이) 오... 죽이는데.... (사이) 에이씨, 이건 또 왜 이러는건데?
    아니 어떻게 고르는 사람마다 이러냐고..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이때, 남자의 핸드폰에 문자가 온다.

    “까똑!”

    남자는 문자를 확인한다.

    문자(여)오랜만이네. 잘 지내? (방긋)
    남 자뭐야! 얜 또! 오늘 진짜 무슨 날이야? 왜 갑자기 연락이야..
    문자(남)어, 진짜 오랜만이네. (방긋) 나야 뭐 똑같지. 넌 어때? 잘 지내? (궁금)
    문자(여)나야 뭐 똑같지. 너 <미사여구없이> 연습 들어갔다며?

    남자 당황한다.

    남 자뭐야, 이건 또 어떻게 아는거야? 진짜 판 좁다니까..
    문자(남)어, 응 지금 연습중이야. (방긋) 근데 어떻게 알았어?
    문자(남)(궁금)
    문자(여)아니 거기 배우하는 선배가 나랑 아는 사람이거든.
    남 자아.... 진짜 쫍다! 쫍아!!
    문자(남)(놀람) 아!! 태환 선배님? 둘이 아는 사이였구나!
    문자(여)응응, 지금 선배님이랑 술한잔 하고 있는데, 너 얘길 하시길래 오랜만에 생각나서 문자해봤어.
    혹시.. 통화 괜찮아?

    남자의 전화벨이 울린다. 남자는 깜짝 놀라 전화기를 떨어뜨린다.

    남 자뭐야, 얜 왜 갑자기 전화질이야.

    남자,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남 자여보.. 세..
    태 환(잔뜩 취한 목소리) 야! 너 얘랑 어떻게 아냐? 응? 뭐야, 둘이 무슨 사이였던거 아니야?
    남 자아, 선배님. 아니에요 그런 거. 그냥 친한 학교 선후배 사이였어요.
    태 환에이.. 아닌데? 뭔가 수상한데..

    전화기 너머로 여자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태 환(잔뜩 취한 목소리) 아무튼 내일 보는 것으로~
    여 자아 미안, 선배님이 갑자기 전화기를 뺏어서.
    남 자아니야, 괜찮아. 태환선배님 술 많이 드셨구나?
    여 자응, 그런거 같아. (사이) 어디야?
    남 자집에가는 길.
    여 자잠깐만.

    전화기 너머 소리가 조용해 진다.

    여 자어때? 연습은 할만해?
    남 자뭐, 똑같지. (사이) 넌 요즘 뭐해?
    여 자난 얼마전에 작품끝내고 지금은 쉬는중.
    남 자그렇구나.

    어색한 침묵

    여 자혹시 괜찮으면.. 일로 올래?
    남 자어? 어.. 음... 아니야 괜찮아. 나 지금 너무 피곤해서.
    여 자(사이) 아.. 그렇구나.. (사이) 에, 내가 괜히 부담 주는거 아니야?
    남 자아니야, 괜찮아. 술 먹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뭐.
    여 자(사이) 저기.. 혹시...
    남 자응?
    여 자여자친구 생겼어?
    남 자아니? 근데 그건 왜?
    여 자아니 그냥..
    남 자그럼 넌?
    여 자(당황한다) 에.. 알잖아! 나 인기 없는거!
    남 자야! 너가 인기가 없다니.. 지나가는 여자들 다 죽는 소리 할라.
    여 자(웃는다)
    남 자(어색하다) 어.. 그럼 술 맛있게 먹고, 다음에 보자
    여 자(어색하다) 응, 알겠어. 너도 조심히 들어가. 연습 잘하고.
    남 자응. 고마워.

    전화를 끊는다.

    남 자에이! 뭐야, 오늘 진짜 무슨 날이야?

    전화벨이 울린다.

    남 자(깜짝 놀란다.) 뭐, 뭐야. (사이) 아... (사이) 어, 엄마 지금 다 와가요. 응, 이제 버스 내려서 걸어가요.
    (사이) 응, 알겠어요, 있다봐요.

    전화를 끊는다.

    남 자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는거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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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호   2014-07-0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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